책소개
부산은 물론 부산 바깥까지 넘실넘실 일렁이길
고개는 옛길이다. 그리고 지역의 원형이다. 도시개발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고개는 깎여 평지가 되거나 고개 아래로 터널이 생겼다. 그러면서 고개는 삶에서 멀어졌고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는 멀어져 가는 것, 흐릿해져 가는 것에 대한 기록이다. 더 멀어지기 전에, 더 흐릿해지기 전에 지금 남은 부산의 옛길, 부산의 원형을 기록해 두려는 소박한 마음이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래서 한 구절 한 구절 땀내가 난다.
고개 기록이 그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대개는 산발적이고 단편적이었다. 어디로 이어진다든지 지명 유래를 소개하는 정도였다. 고개의 역사나 인문학적 가치는 소홀했다. 고개의 소중함에 둔감했다는 방증이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땀이 스미고 어머니의 어머니 한이 서린 옛길, 고개! 그나마 남은 고개에 눈 한 번 더 주고 마음 한 번 더 줘야 하는 이유다.
이 책 는 완결이 아니고 시작이다. 연못에 던져진 돌멩이가 그렇듯 이 책이 돌멩이가 되어 파문이 곳곳으로 번졌으면 한다. 부산은 물론 부산 바깥까지 고개의 파문으로 넘실넘실 일렁였으면 한다. 파문의 시작, 파문의 중심에 이 책 가 있었으면 한다.
저자소개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와 대학을 부산에서 나왔다.
1989년 무크지 으로 등단했으며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 등의 시집과 <어렵풋, 당신> 등의 산문집, 그리고 한국 신발 100년사 <고무산에서 나이키까지> 를 내었다. 국제신문·부산일보·한국일보에 부산의 길, 부산의 포구, 부산의 등대, 부산의 비석, 부산의 고개 등을 연재했다. 2020년 김민부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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