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지은이·사진: 진동선

펴낸날 : 2009년 1월11일 1판 1쇄

크기 : 185x230 mm)

총페이지 : 285p 

ISBN  978-89-90969-38-5 03660 

책값 : 18,000원

편집인이 말하는 책소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꿈꾸는 사람들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몸을 잠시 이탈시키는 물리적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 간다는 단순한 진리. 분주한 삶 속에 갇혀 있던 몸은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난다. 그것은 자신이 몸담았던 일상에서 떨어져서 좀 더 넓게 보는 눈,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성찰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행은 삶 속에 묻힌 채 잊혀져있던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본래의 자신과의 대면은 눈을 열게 하고, 열린 눈을 더욱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나아가 우리 삶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있게 한다.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더 높은 경지의 사유와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도 여행과 방랑, 편력의 길을 내디뎠던 인물들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순간을 넘어 영원의 꿈을 꾸는 것이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갖는 아련한 환상의 한 쪽을 차지하는 나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티벳과 쿠바이다. 왠지 마음이 자꾸 쏠리고, 그 마음자리에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퐁퐁 솟아나는 희한한 나라들이다. 거칠게 요약할 때, 티벳이 ‘초월’이라면, 쿠바는 ‘현실’이다. 쿠바는 날 것 그대로의 삶이 꿈틀거리는 나라다. 이상과 이념의 세상이면서, 삶에 충실한 현실의 공간인 것이다. 말하자면 세속적인 것에서 성스러운 것이 나온다고 해야 할까, 아니 성(聖)과 속(俗)이 일치한다고 해야 할까.

 쿠바는 그래서 아련함이 가득한 나라, 아직은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열망만 키운 채 늘 공백으로 남아있는 나라다. 이 책은 쿠바를 구석구석 안내하는 여행서가 아니다. 눈을 뜨면 사진을 말하고 사진 냄새를 맡는 작가 진동선이 사진과 글로 맛깔나게 차려놓은 포토 에세이다. 여행서라면 기왕에 나와 있는 책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자기만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공간을 알려주기만 하는 여행안내서가 눈은 즐겁지만 영혼의 허기는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이유가 있다.

 몸을 직접 부딪쳐 쿠바의 구석구석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누비고 담아낸 결실이 이 책이다. 역시 쿠바는 쿠바다. “아...”라는 신음 같은 감탄사가 참지 못하고 새어나온다. 숨어 있던 감정, 자고 있던 순수가 마침내 자극받는 그런 사진들이다.

 저자는 쿠바의 아바나를 중심으로 역사적으로는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 그리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흔적을 솔직한 자신의 감성으로 깊이 있게 사진에 담고 있다. 또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쿠바의 낯빛이 사진 가득히 넘쳐난다. 거기엔 쿠바의 영혼과 함께 깨어나는 새벽과 아침, 아찔할 정도로 강렬한 햇살에 불타고 있는 오후, 낮을 잃어버린 듯 황홀한 쿠바의 밤이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표정들과 늘 함께하는 것은, 거리낌 없는 마음의 쿠바 사람들과 도시 전체가 마치 자동차박물관인 양 거리 이곳저곳에서 머리를 불쑥 내미는 원색의 자동차들이다.

 쿠바는 낡은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곳을 지켜온 자연과 영혼들은 여전히 현실에서 춤을 추고 있다. 카리브해가 안겨다주는 바람과 빛, 그리고 생활 속에서 가슴 깊이 영글어진 영혼의 마음, 자유롭게 우러나오는 정열의 음악, 이상의 푯대에 새겨진 순정한 이상, 그리고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 이 모든 것이 쿠바에 가면 우리가 내미는 카메라를 통해 사진에 담겨진다. 그래서 “누구나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쿠바의 다양한 얼굴들,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표정들로 꿈틀거리고 있다. 마침내 가슴으로 스며들고 있다.

 

 

저자 진동선이 만난 쿠바

 

 쿠바는 어느 누구의 나라도 아니다. 단 한사람을 위한, 또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이런 나라라고 규정되는 나라도 아니다. 여전히 투쟁 속에 있는 민중의 나라이고 혁명의 나라이고 리얼리즘의 나라이고 자주와 자강의 나라이다. 쿠바는 누구에게나 내 안의 혁명의 불꽃, 내 안의 희망의 꿈을 가진 이들의 땅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체 게바라의 일기와 편지에서 말하듯이, 그리고 또 피델 카스트로가 수 십 년 동안 혁명광장에서 부르짖었듯이 쿠바는 지구상 민초들이 꿈을 꾸는 모든 혁명의 땅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희망의 꿈을 버리지 않는 희망의 땅이다.

 결국 쿠바는 나의 쿠바이면서 동시에 너의 쿠바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쿠바이다. 꿈과 희망이 있는 자들에게 안기는 초록 올리브 땅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카메라를 통해 이렇듯 자신의 쿠바, 즉 진동선이 사진을 통해 바라본 ‘나의 쿠바’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저자 진동선

‘사진이 갖는 완벽한 시간의 알리바이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진가. 사진을 찍고 공부하고 강의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틈만 나면 카메라를 메고 훌쩍 여행을 떠난다. 세계 곳곳의 골목길을 누비며 처음부터 사진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듯한 피사체들과 사진사적으로 여러 의미를 갖는 장소들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렇듯 카메라를 영혼의 동반자 삼아 사진 인생을 살아온 그는 길 위에서 사진 찍는 순간을 가장 행복해한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대학 예술학과를 졸업하였고, 뉴욕주립대학 예술대학원에서 사진비평을,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미술비평을 전공했다. 2000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2008대구사진비엔날레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현대사진연구소 소장과 사진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 장의 사진미학』,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사진, 영화를 캐스팅하다』, 『노블 앤 뽀또그라피』, 『현대사진가론』, 『현대사진의 쟁점』,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 『사진가의 여행법』 등이 있으며, 사진전으로 <앗제가 본 서울>, <미명의 새벽>, <퍼스널 컬러>, <세계 명작 사진전>, <진실의 시뮬라크르 전> 등을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