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후쿠오카 밖에서 안으로

- 시간을 살아 공간을 거닐다

 

지은이 :박훈하

펴낸날 : 2014년 2월 28일 1판 2쇄

펴낸곳 : 비온후

펴낸이 : 김철진

총페이지 : 304p 

ISBN  978-89-90969-84-2  03910 

책값 : 16,000원

서평

이 책은 국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가 1년간 후쿠오카에 체류하면서 일본에서의 미시적인 일상을 꼼꼼하고 깊숙이 통찰하였던 글들을 담고 있다. 목욕이나 식사와 같은 매우 일상적인 영역은 짧은 시간 내에 단번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긴 시간 동안 외부와의 접촉과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일상 영역을 관찰하는 일은 일본의 현재적 모습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폭넓은 시야를 요구한다. 예컨대 현재 일본인들의 목욕 습관 속에는 일본의 지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도쿠가와(德川) 막부의 독특한 통제정치와 근대 이후의 파시즘과 남성 판타지까지 얽혀 있다. 그래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과거와 현재를 소통시키는, 일종의 고고학적 태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을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면, 이 책을 읽다보면 자잘한 일상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해, 어느덧 한 국가의 거시적 영역, 즉 정치와 경제, 혹은 문화의 영역과 쉽게 소통하게 한다는 데 있다. 그만큼 이 책의 글쓰기는 수려하고, 주관적인 듯 보이는 문장임에도 강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아마도 이 글의 저자가 문학을 전공했음에도 문화이론에 해박한 공부 이력 덕분일 터이지만, 이 책의 독특한 편집방식인, 다양한 주해와 꼼꼼하게 첨부된 사진 덕분일 것이다. 

하나만 더 부가하자면, 이 책은 관광 가이드나 감성이 넘치는 여행에세이는 전혀 아니다. 글의 형태는 누구라도 접근 가능하도록 부드럽지만, 다루는 내용은 한국과 일본 간의 진지한 문화 비교이다. 매우 다른 나라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서로를 참조하며 오늘에 이르렀거나 혹은 상호 적대하며 닮아가고 있다. 단편적이지만 이 책은 이 적대와 답습의 과정이 어떠해 왔으며 또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실천적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한마디로 역사와 문화에 관한 색다른 관점의 인문서적이다.

 

 

저자 박훈하

박훈하는 한국문학 현대비평을 전공하고, 현재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평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주간을 4년 여 맡았고, 2008년 일본 세이난가쿠인 대학 객원교수로 큐슈에 머물렀다. ‘문학이 무엇이냐’는 질문보다는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오랜 시간을 보냈고, 그 고민 끝에 공간정치와 문화실천 영역으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담론과 주체형식», «근대문학 담론의 확산과 변형», «2000, 문화가 선 자리»(편저), «문화의 풍경, 이론의 자리», «나는 도시에 산다» 등이 있다.

bottom of page